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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임신

ㆍ원고제공 : 판암사회복지관 정효선
엄마가 되기 위한 길
우리사회에서 장애여성은 무성으로 취급되며, 그로 인해 장애여성의 모성권에 대한 인식은 지나치게 낮다. 먼저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나 임신이 장애에 가져올 영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장애여성의 임신은 곧잘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으로 취급받곤 한다.
우리사회에서 지적장애 장애여성의 임신이 부정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소아마비후유증으로 인해 지체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녀의 장애가 유전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전해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장애아를 낳으면 어떡하나, 그 몸으로 어떻게 키우려고 대책 없이 아이를 가졌느냐는 반응에 접하다 보면 장애여성 자신의 자존감은 심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장애아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비장애여성의 그것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이다.

또한 우리사회에는 장애의 조건으로 인해 아내 혹은 엄마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뿌리 깊어서 장애여성이 임신을 하면 보통의 여성들처럼 축하와 격려를 받지 못하고 가족 내 골칫거리로 부각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엄마가 되고자 하는 장애여성 자신의 결정권이 무시되기 쉬우며 양육 과정에서도 엄마의 선택권과 통제권은 묵살되게 된다.

몇 년 전에 발표된 모성권 주제 다큐멘터리에서 한 뇌성마비 장애여성은 갓난아기의 양육권을 시댁에 넘겨야 했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아기를 대신 돌보아주겠다는 시댁식구들의 심정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며 그들이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아기 엄마인데 한번 안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간호사가 배려해서 딱 한번 안아보고 그녀는 아기를 시댁 어른들 손에 맡기고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3년 전쯤 TV에 출연한 그녀는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만큼은 꼭 제힘으로 키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보기에 그녀는 비정상이고, 부족한 점이 많으므로 엄마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사람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것으로 여길 수 있으며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늘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수도 얼마든지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양육권을 넘겨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녀 정도의 장애라면 충분히 제 손으로 아기를 키울 수 있으며, 만일 부족한 점이 있다 해도 어떻게 하면 채워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내서 지원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제주에서 만난 또 한 장애여성의 경우 휠체어를 탄 중증지체장애인데, 비장애남성과 결혼해 첫째 아이를 낳았고 친정엄마가 아이를 도맡아 키워주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둘째아이가 간절해졌다.
첫애에게 동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첫애 때와는 달리 제법 여유가 생겨 친정엄마가 도와주기만 하면 자신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친정엄마의 결사반대에 부딪쳐 결국 좌절해야 했다. 하나도 힘들었는데, 둘을 떠맡을 순 없다는 말씀이었다. 친정엄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가족 이외에는 아무런 지원체계가 없어 출산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당사자의 서러운 심정이 이해가 되어 더 마음이 아팠다.

장애여성의 임신이 고스란히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을 경우 장애여성은 자연스럽게 낙태를 권유받는다. 한국에서 현행 형법상 낙태는 엄연한 범죄행위이지지만 현실에서는 공공연하게 낙태가 허용, 용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구를 억제할 목적으로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이 형법상 엄연히 범죄화되어 있는 낙태를 사실상 허용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모자보건법의 기저에는 우생학적 관점이 깔려 있어 태아가 장애아일지도 모른다는 이유, 즉 정신분열증, 조울증, 간질증, 정신박약 등 발병의 원인이 유전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가 매우 희박하고 유전에 기인했을지라도 그것이 다음세대에 전이된다는 근거가 극히 낮은 경우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애가 있는 여성은 자신과 같은 장애아를 출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사회적 편견에 의해 결정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5호,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에 장애가 될 때"의 경우도 장애여성에게는 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것이 명백한 경우 낙태는 당연히 허용되어야 하나 현재와 같이 장애여성의 모성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터울 수 조절, 경제적 이유로 장애여성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변에서 낙태를 강요할 수 있다. 모체를 보호하기 위한 낙태 허용의 차원을 넘어 모성을 지키려는 장애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한 의료지원체계, 양육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이 세상에서 단 1%의 부족한 점 없는 조건과 자격을 갖추고 있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부모가 과연 한사람이라도 있을까?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저출산 현상을 걱정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아이를 낳을 엄두를 못내고 있는 여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 하는 장애여성이나 미혼모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돌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복받는 임신/출산
장애여성의 임신에 대해 이렇듯 아직도 차갑기만 한 현재의 사회적, 가족 내적 분위기에서 장애여성이 엄마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장애여성은 임신, 출산을 두려워하며, 출산 및 양육 과정에서 심각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장애여성연합에서 개최한「장애여성 임신, 출산, 육아의 현황과 대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2002)에서는 장애여성들이 임신을 희망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서 18.8%가 희망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임신을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33%가 육아부담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본인의 장애가 임신 거부에 미치는 경우도 51.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자 축복이다. 따라서 차가운 사회적 시선, 부족한 지원체계 속에서도 장애여성이 축복받는 임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몇배의 준비과정, 노력이 필요하겠다.

어려움

1사회적 인식

임신을 하면서 장애여성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장애가 없는 임산부에게도 이는 비켜갈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애여성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 낮은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다르다. 가장 먼저 이러한 문제 지점을 확인하게 하는 존재는 가족이다. 친정식구는 물론 시댁식구들 모두 장애여성의 임신을 마냥 달가워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다음으로, 임신한 장애여성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존재는 유감스럽게도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의사들의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는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장애여성의 걱정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요즘같이 의료 기술과 장비가 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건강한 출산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장애여성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부족, 병원의 낮은 접근성, 병원비 부담이 문제가 되므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장애여성 개인 차원에서는 장애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불필요한 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처가 필요하다. 먼저 현재로서는 장애여성의 몸의 조건에 맞는 의료 장비를 고루 갖춘 전문병원이 요원하므로 장애여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되는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며, 의사에게 임신과 관련된 자신의 장애의 특성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

2양수검사

임신 기간 중 검진을 받는 장애여성에게 몇 번의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 장애아를 판별하는 양수검사가 그렇다. 장애여성의 경우 늦은 사회진출로 인해 고령임산부가 많으며 임산부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여지없이 양수검사를 권유받는다. 양수검사란, 주사바늘을 이용하여 산모의 복부를 통해 자궁 내의 양수를 뽑아서 염색체 이상 등을 진단하는 방법으로서 보통 임신 15-20주 사이에 시행한다.

주사바늘을 이용해 자궁 내의 양수를 뽑는 과정에서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태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도 문제려니와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고 진단될 경우 낙태가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양수검사를 권유받는 장애여성의 심적 부담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자신에게도 장애가 있는데,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비롯되는 부담감이 남보다 몇 배 큰데다가 만에 하나라도 장애아로 판단되는 경우 생명이 부정되는 과정에서 장애가 있는 자신의 생명과의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탓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생명으로 취급되며 이루어지는 검사 과정 자체가 장애여성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 양수검사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임산부가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가 유전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의심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장애여성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것이 장애여성의 몸의 조건뿐 아니라 감수성까지 이해하려는 의료진의 태도가 절실한 이유이다.

3자연분만

자연분만을 포기하느냐의 문제 앞에 놓이는 순간도 고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장애여성은 의사의 권유대로 제왕절개를 해서 분만한다. 하지만 장애여성도 자연분만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지체장애여성(소아마비 후유증)은 경한 장애이긴 하지만 딸 둘을 모두 자연분만했으며, 어떤 근이양증(근육의 약화가 점차 진행되어 결국 신체에 장애가 오고, 모든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게 되는 만성 질병) 장애여성은 아기를 혼자 목욕시킬 수 없을 만큼 심한 장애인데도 자연분만을 해서 건강한 딸을 낳은 사례가 있다. 그녀는 보기 드물게 훌륭한 의사를 만난 케이스인데, 담당의사가 응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자연분만할 수 있다며 권장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장애여성들이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대처한다면 자연분만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노원구 쪽에서는 임대아파트가 많아서인지 장애인이 많이 사는데, 그쪽에도 장애여성들이 자연분만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병원이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지레 겁먹지 말고 그런 정보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4주변의 도움

장애여성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른 임신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자신의 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장애여성 당사자가 임신에 영향을 주는 건강상태를 잘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장애여성의 몸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비슷한 장애가 있는 동료, 선후배 장애여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동료, 선후배 장애여성과의 동료상담은 실질적인 정보뿐 아니라 심리적 지지에 도움이 많이 되며, 출산 후 육아 과정에서도 순간순간에 대처하는 데 힘이 된다.

한 지체장애여성의 경우, 만삭이 되면서 몸이 많이 힘들어지는데다 바깥 출입을 자제하는 입장이어서 거의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우울해졌다고 한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그래도 낫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힘드니 아이를 낳고 나면 어찌 대처해야 하나 하는 암담한 생각만 자꾸 들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해하던 중 동료장애여성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상태에 대해 얘기를 하자 “그건 장애 없는 여자들 얘기지! 우린 달라. 몸만 가뿐해져도 어딘데!” 하는 말을 듣고 그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어리 같은 게 사라진 느낌이었다나.

동료상담의 위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출산 후에도 아이 때문에 불안한 순간은 자주 온다. 한국사회에는 여자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타고 나는 것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연령,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갑자기 어찌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게 되는 순간이 오지만 매번 병원으로 뛰어갈 수도 없는 현실에서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고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여성의 경우에는 장애 없는 여성들의 충고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으므로 비슷한 장애가 있는 동료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임신 중에 오는 합병증에 대해 잘 이해하고 만일 합병증이 올 경우 조기 발견해 대처하는 것이 좋다. 임신 자체로도 힘든 과정일 수 있는데, 합병증까지 오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산후조리 시

분만 후 산후조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때 역시 자신의 몸의 조건, 장애의 특성에 맞춰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체장애가 있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출산 후 손과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비장애여성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비장애여성과 마찬가지로 장애여성에게도 제왕절개 수술 후 걷기 힘들어도 자꾸 걸어야 몸이 빨리 회복된다고 권한다. 그래서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수유실을 열심히 들락거렸다간 큰코다친다. 손에다 힘을 주며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손수 밀고 다니는 건 금물이다. 장애 없는 산모들과는 다른 몸인데, 자신의 장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의 말만 믿고 열심히 따랐다간 평생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팔과 다리에 무리가 와서 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자신의 몸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자신이 미리 챙겨야 한다. 아무도 대신 챙기지 못하는 일이니까. 이렇게 장애여성들은 장애 없는 다른 여자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6장애여성의 약/강점

장애여성에게는 분명 장애가 있어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가령 지체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경우 업어주거나 앞으로 아이가 걸어 다니게 될 때 손을 잡고 걷는 것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여성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한 뇌성마비 장애여성의 경우 손에도 장애가 있어 신변처리는 물론 화장, 이동 등 일상의 모든 생활에 남편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남편이 양육을 도맡아서 했지만 그녀가 엄마 역할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이에게 언제 우유를 먹일 것인지, 아이를 언제 목욕 시킬 것인지, 어떤 옷을 입힐 것인지 계획하고 체크하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 그밖에도 아이와 대화를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사람 역시 그녀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편 혼자서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육아 과정에서 자칫 무기력감에 빠지기 쉬우므로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하면서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여성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 많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차별을 견디며 살아온 경험으로 인해 참을성이 많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장애여성들이 많다. 한 번도 남을 힘으로 지배한 적이 없기에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에 해당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들어주되 이래라 저래라 명령 또는 지시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능력을 가진 장애여성도 많다. 그밖에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전에는 자신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좋은 점들이 하나둘씩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보다도 더 경이로운 체험이 어디 있으랴!

7편견으로부터 자유

마지막으로 임신 초기부터 이미 만만치 않게 다가왔던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곧잘 엄마인 장애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고, 아이가 장애 있는 엄마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리라고 쉽사리 단정하면서 아이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곤 한다. 그럴 때 약해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엄마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용기란 나 혼자의 힘으로 생기기 힘들며, 설혹 생겼다 해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난히 낙천적이거나 강한 여자가 아니라면 수도 없이 부딪치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 앞에서 마냥 자신감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육아과정에서 장애여성은 자신이 정말 장애여성임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고들 말한다. 이제까지 차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장애여성일지라도 쉽사리 엄마임을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탓이다. 장애여성의 모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남편과 시댁식구들 혹은 육아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등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다.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곧잘 장애여성이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여기거나 역할을 해내도 불완전하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무시한다. 도우미 역시 육아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크다는 이유로 장애엄마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 보건소, 마트 등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우미와 동행한 장애엄마의 존재를 무시하고 아이에 대해서 도우미에게 질문한다.

이렇게 육아 과정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에 굳건해지기 위해 장애여성 엄마들에게는 내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공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조모임이 필요하다. 그들과 만나면서 장애가 있는 부부들도 얼마든지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정보도 얻고 용기도 북돋우면서 수시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를 무조건 신뢰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존재는 가족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장애여성 동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