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보는 태교의 과학적 배경 태아의 두뇌발달 엄마의 스트레스 아빠의 태교
ㆍ원고제공 : 한양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박문일
엄마의 정서가 임신 예후를 좌우한다.
임신에 대한 임신부자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임신부의 정신건강은 물론 임신부의 신체에도 양호한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로 임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방식은 임신자체에 대해서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습관성유산의 예를 들어보자.
자연유산이 두 번 또는 세 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를 습관성유산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우선 면역학적요인과 해부학적 요인을 들 수 있는데 습관성유산은 이 두 가지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타 원인으로서 유전학적 요인 및 내분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습관성유산에서 그 원인이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를 소위 ‘원인불명’ 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원인불명이 세계적으로 전체 습관성유산의 30-4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필자에 의하여 조사된 바에 의하면 전체연구대상 450명중 140명이 원인불명으로서 31.4%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미국 유타 대학의 스콧트(Scott)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이 원인불명으로 분류된 습관성유산환자에서 아무런 치료 없이 안정만을 권유했던 연구논문이 있다. 환자에게는 자신의 질환이 치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주문하였으며, 주위의 가족들에게는 환자에 대한 따듯한 이해와 격려를 부탁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논문에 표현한데로 표기하면 'tender loving care' 이다. 그 결과 대상 환자의 40-60%가 아무런 치료 없이 습관성유산을 극복하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것이다. 호주의 리델(Liddell) 박사는 이러한 방법으로 44명의 원인불명 습관성유산 환자 중에서 38명이나, 즉 86%가 치료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1991년도 오세아니아 산부인과학술잡지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연구방법에서, 비교그룹이 너무 작다는 점이 오류로 지적되었다.
즉, 아무런 조치도 안 해주었던 환자가 단지 9명으로서, 그중 3명이 임신을 유지하였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논문의 결과는 일반적인 통계에서는 제외되고 있다. 아무튼 아무런 치료 없이 환자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주위의 따뜻한 이해만으로도 최고 60%에 이르는 치료율을 기록한 것은 임신부의 정서가 임신의 예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환자의 정서가 습관성유산이라는 비정상적인 임신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정상임신에서도 이를 응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렇게 ‘치료효과’ 가 있는 정서적 환경을 정상임신에서 조성해 준다면, 그 임신에서는 비정상임신에서보다 몇 배의 효과를 거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것이다.
EQ를 좌우하는 엄마의 정서
사람의 머리가 어느 정도 좋은가에 대한 검사로는 ‘지능지수 (IQ)’검사가 주로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IQ(Intelligence Quotient)검사는 말 그대로 지능검사일 뿐 사람의 전인적(全人的)인 평가에는 상당히 미흡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소위 EQ(Emotion Quotient)라고 불리는 ‘감성지수’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능지수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위주로 하는 것이라면, 감성지수란 인간의 감성을 위주로 한, 합리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비되는 IQ는 상대적으로 이성적 사고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EQ가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그간 IQ로서는 설명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궁금증이 풀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EQ가 높으면 무엇을 더 잘하는가.
이러한 연구가 최근 여러 교육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EQ를 평가하여, EQ지수가 높았던 사람들은, IQ만 높은 사람보다 더 현실에 적응적이고 성공적이었다는 연구결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의 문용린 교수는 EQ에 대한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첫째, EQ특성은 매우 일찍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둘째 매우 어릴 적부터 사람들은 나름대로 EQ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자를 먹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전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아이들은 눈을 감고 과자를 보지 않으려 애썼으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기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셋째, EQ특성은 어릴 때나 청년이 되었을 때나 크게 변함이 없다는 것. 넷째 만족지연능력이 높을수록 청소년들의 적응에 매우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결과로 미루어보아 사람들에게는 이성적인 지능지수(IQ)보다는 사람간의 화합에 필요한 감성지수(EQ)가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EQ는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의 다음 연구과제는 바로, ‘EQ 향상법’이었다. 한동안 서점에 가보면 이러한 EQ관련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특히 외국 학자들이 쓴, 태교와 EQ의 관련성을 설명한 책들이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EQ를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EQ는 일부러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Q는 사람의 마음속에 형체도 없이 자리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어떤 재료로 물건을 만들 듯이 개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론은 ‘임신부의 정서’가 향후 태어날 아기의 EQ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임신부가 안온(安穩)한 환경, 고즈넉한 환경, 또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 있을 때, 태아의 EQ는 스스로 자란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가지고 있는 정서의 향이 깊고 진할수록 태아의 EQ가 개발되는 것이다.
입덧을 기쁘게 받아들이자
습관성유산으로 입원한 임신부가 있었다. 그동안 무려 열 번이나 임신이 실패한 후에 겨우 가진 임신이었다. 어느 날 회진을 가보니 임신부가 울먹이고 있었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갑자기 입덧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의 임신 때마다 유산의 아픔을 본 그녀로서는 임신의 증상중의 하나인 입덧이 갑자기 사라지면 나쁜 예후가 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추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초음파 촬영을 하여보니 태아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임신 중에 입덧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입덧인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태반에서 분비되는 임신성호르몬으로 생각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융모성 성선 호르몬’ 이란 것인데, 일반적으로 이 호르몬이 증가함에 따라 입덧이 심해지고 이 호르몬이 감소하면 입덧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호르몬을 주요 원인으로 들고 있다.
임신 중에 태반이 다른 산모들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되는 쌍둥이임신과, 태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포상기태에서 입덧이 더욱 심해지는 증상이 더욱 이를 뒷받침한다. 정신의학계에서 조사된 흥미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입덧이 심했던 임신부들의 어머니, 즉 태어날 아기의 할머니들이 해당산모가 어렸을 때, ‘너를 낳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단다.’ 하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였다는 것이 조사된 것이다.
산모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러한 말들이 기억에 남아 그것이 잠재적으로 ‘입덧’ 이라는 임신거부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풀이였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도 없이, 아예 ‘입덧’ 그 자체를 싫어하는 산모들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억지로라도 입덧은 기쁘게 생각하여야 한다.
동아대백과 사전을 찾아보면 태교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임신을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 임신부는 기쁘게 생각한 임신부보다 훨씬 입덧이 심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1940년도에 로버트슨 박사, 1950년도에는 왈린과 라일리박사에 의하여 각각 주장된 사실이다. 태교는 임신을 기쁘게 생각할 수 있는 생각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마음이 기쁜 와중에 모든 일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남이 한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지에서 시작하는 태교가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몸의 병을 마음으로 치료한다는 것, 이것은 나쁜 예후의 임신을 태교로 치료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능한 한 자신의 임신에 긍정적인 생각, 자신과 동일시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이것은 향후 임신의 예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기형아와 관련된다.
스트레스는 임산부의 혈관을 수축시켜서 태아로 가는 혈액 양을 줄인다. 결과적으로 태아에게 산소부족증이 온다.
그런데 이러한 산소결핍증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형아의 발생이다. 기형아가 어째서 산소결핍과 관계가 있을까 하는 임신부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현대의학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특히 임신초기, 약 8-9주의 배아(胚芽)시절에는 (배아가 태아의 前단계임은 이미 설명하였다) 산소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시기는 바로 인간신체의 각 요소가 형성될 때인데, 이때의 산소부족은 조직의 분화(分化)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제대로 분화되어야 신체의 각 부분이 온전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조직의 성장에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목욕탕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의 할머니들은 임신부들에게 “뜨거운 물에는 오래 들어가 있지 마라“하고 타이른다. 우리 전통태교에서도 물론, 임신부들이 뜨거운 물, 더운 곳 등에는 가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덥거나 뜨거운 환경은, 현대과학에서는 산소의 부족을 가져올 수 있는 환경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성인들도 숨이 가빠오는데 이것은 그만큼 산소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때 자궁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습성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궁 속 환경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임신부가 숨이 가빠올 정도의 열탕목욕을 하고 있다면, 자궁 속의 태아(또는 배아)는 그야말로 산소부족의 위급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에 관련된 과학적인 연구조사가 있었다. 1992년, 미국 보스턴 의대의 밀런스키 박사는, 임신초기에 사우나 같은 열탕을 자주 가는 산모는 기형아의 출생이 2-3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우리의 전통태교의 하나하나가 이렇게 대부분 현대과학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산소를 결핍시키는 환경으로서, 스트레스와 열탕목욕은 다를 바 없다.
하나는 정신적인 환경에서, 또 하나는 육체적인 환경에서 출발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니 태교가 없는 임신을 어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 이유에서 임신부들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장시간동안 있는 것도 피해야 하며 특히 산소가 많이 필요한 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有酸素)운동을 산모들에게 권유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은 산소를 급격히 소모케 하는 운동으로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특히 고위험 임신부들은 심신의 안정과 함께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부들은 무릇 ‘태교란 산소와 같다’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태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