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부모의 장애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과 반응은 성장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러한 변화를 영아기(돌 이전), 초기 아동기(만 1~5세), 취학 적령기(만 5~12세), 10대 청소년기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영아기(돌 이전)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는 장애를 전혀 인지할 수 없습니다.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다만 당신이 언제 어디서나 자기 옆에 있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보통 이 시기에 주 양육자의 체력은 한계에 달하며, 아기가 보내는 여러 반응이 배가 고픈 것인지. 기저귀가 젖은 것인지, 그저 졸린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채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낙담하지 마세요. 엄마와 아빠가 조금 느리게 반응한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젖병을 데우거나 아기를 옮기는 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아기는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청각장애인 엄마는 이렇게 전합니다.
“아기를 낳고 처음에는 아기가 우는지 안 우는지 보는라 밤새 뜬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중략)···
나중에는 아기가 우는 대신 잠자는 저를 쿡쿡 찌르더라고요.”
이처럼 아기들은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미묘한 방법으로 적응하게 됩니다.
2초기 아동기(만 1~5세)
돌 즈음 서로에게 익숙해진 부모와 아이는 아이가 기어 올라가고 걷기 시작하면서 안전과 통제라는 새로운 도전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의 위험한 행동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주머니 속에 여분의 장난감을 넣어두었다가 관심 돌리기
- 아이를 들어 올릴 수 없다면 방 하나를 안전문 등으로 안전하게 꾸미기
- 아이가 떼를 쓸 때에는 엄마가 잠시 그 공간에서 나오기
- 아이에게 안전띠를 달아 위험한 곳에서 끌어당길 수 있게 하기
- 부모나 선생님의 언어적 명령에 반응하도록 가르치기
만 1~5세 아이들이 부모의 장애를 인식하는 방식은 얼굴 모양이나 키와 같이 개인의 평범한 신체 특징을 인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일 이 시기에 아이의 친구가 너희 엄마나 아빠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아이는 “아무 문제 없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엄마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혼자 일어서서 제게 걸어오더니 제 무릎까지 기어 올라온 후에야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 줄 알았지 뭐예요”
이 사례는 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독립심이 더욱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계속해서 부모의 장애에 미묘하게 적응해 갑니다.
3취한 적령기(만 5~12세)
유치원 무렵의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어른들을 비교하며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친구들의 호기심과 놀림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럴 때에는 “그게 뭐?(so What?)”라고 대꾸하면 된다고 가르쳐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때 부모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아이들이 장애 인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직접 아이 교실에 방문해 자신의 장애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숙제를 내주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가 새로운 고비를 맞게 됩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아야 하겠지만, 때로는 숙제 때문에 아이와 전쟁을 벌이느니 숙제를 도와줄 학원이나 방문 선생님을 찾아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410대 청소년기
10대의 반항은 ‘독립’,‘정체성 찾기’라는 발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체로 10대 아이들은 자신과 부모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부모의 약점을 지적하며 자신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부모를 탓하며 화를 냅니다.
한 장애인 엄마는 10대 딸이 “엄마의 휠체어가 내 인생을 망치고 있어!”라고 투정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가 나중에 다른 건강한 친구가 “내 딸이 내가 뚱뚱해서 자기 인생을 망치고 있대”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처럼 이 시기 아이들은 후에 충동과 책임감을 조화시키고 균형 잡힌 독립심을 갖추기 위한 미숙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이사, 이혼, 건강 악화 등과 같이 인생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현재 부모의 장애가 악화되는 중 이라면 아이는 더욱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실 10대 아이들을 종잡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아직은 부모에게 조금 더 기대고 싶은 마음과 되도록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상반된 바람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역시 혼란스럽고 때로는 도저히 자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는 힘들어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시기는 빠르거나 느린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나름의 과업을 수행하고 지나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