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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임신

ㆍ원고제공 : 판암사회복지관 정효선
모성권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 즉 ‘나’로부터 출발한다.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보편적으로 인간의 나이 듦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탄생과 유아기, 아동기와 청소년기, 성인기와 노년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어느 정도 질서가 되어버린 삶의 주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 삶의 주기를 예를 들어보자면, 태어나 아장아장 걷다가 놀이방을 거치든지 집에서 자라다가 6세쯤 유치원엘 들어가고,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12년 과정으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을 들어가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하여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경제생활을 하며 장년기를 보내다 황혼기를 맞이하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주기이다. 그러한 삶의 주기를 살아가며 인간은 그들이 바라는 기본 권리를 습득하고 채워나가며 자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삶을 성숙하게 가꾸어 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 교육받을 권리, 일을 할 권리, 건강할 권리 등등과 더불어 성적 권리 또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가꾸어온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들을 ‘인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권의 삶을 살아가는 데는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인권에 있어서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여성들은 여성과 장애 그리고 빈곤이라는 삼중고와 교육과 고용, 성, 문화와 접근 등에서 다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애여성은 사회적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여기에 그러한 현실을 함께 담아서, 인권으로서의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또한 말하고자 한다. 특히 여성에게는 엄마 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에서 장애여성도 예외일 수 없음을 말하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모성권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는 그러나 많은 문제들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낮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빈곤은 장애여성의 모성권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요인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건강권과도 관련이 깊다.
장애여성은 67%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러한 이유 등이 장애여성들이 모성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장애여성의 삶의 주기에서 교육에서의 차별이 없어져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하여 경제적인 삶으로 나아가는 문이 더욱 넓어져야 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앞둔 장애여성에게는 그에 따른 지지와 지원 건강관리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는 장애여성 모성권을 전달함에 있어 그 열악한 현실이 개인적인 이유나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말하고자 한다.

장애여성의 모성권은 장애여성 당사자가 책임지어야 할 것으로 자리매김되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을 위하여 당사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전제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모성은 치유다

장애여성에게 모성은 장애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 장애가 있는 여성으로서 겪는 다중차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해 살아가고 있는 장애여성으로서는 삶의 어느 순간마다에서 무성(無性)이고 쓸모없으며 의존적인 내 안의 장애여아가 불쑥불쑥 복병처럼 나타나려 할 때마다 더 깊은 내면으로 숨기기 마련인데,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꼭꼭 숨어 있던 그 녀석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걸 어쩌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장애엄마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온갖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면서 여전히 무기력하면서도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채 맨몸으로 맞서는 철없는 여자아이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엄마가 되면서 비로소 그 모든 문제와 다시 한 번, 정면으로 직면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녀들은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장애여성에게 모성은 치유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이제껏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해온 우리사회의 몫이다.
성적 자기 결정권
앞서 말했듯이 성적 권리 또한 인간 삶의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으로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보고서에 의하면 “성은 사랑, 이성과의 접촉, 따뜻함, 친밀함을 탐구하는 동기의 원동력(energy)이며, 성은 인간의 생각, 느낌, 행동 그리고 상호 관계에 영향을 주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인의 성에 대하여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성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과 그에 의한 이성교제는 당연한 것으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여성은 성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에 앞서서 우리사회로부터 무성적 존재로서 인식되며, ‘성폭력과 성추행’에 먼저 노출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신체 건강한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가 장애인의 성적인 조건을 더욱 위축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여성 역시 같은 인간으로서 성적으로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에 대해 표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이성교제
구체적인 장애여성 본인들의 사례1)를 들어 이성교제를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자신의 일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A씨는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여성인데, 우선 가족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너 설마 그 몸으로 결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남자 사귈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아. 우리 집에서도 네가 이렇게 불편한데 결혼 같은 것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마라.”

그런가 하면 일로 인하여 남자를 만났는데,
“꼴에 무슨, 야, 재들 뭐하는 거냐? 저런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이 낫지 않아!”
그런 직접적인 시선들 속에서 그녀는 이성에 대한 아무런 자신감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남자를, 구체적으로 이성교제를 한다는 것이 크나큰 두려움이고 억압인 것 같아요. 주변의 시선들이 상처만 크게 만들어요. 결혼은커녕 이성교제를 할까봐서 미리 단절시키는 거예요. 그냥 혼자 살라고 해요. 벌써 서른이 훨씬 넘었고요 나이가 먹을수록 그냥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내 몸에 대한 자신이 정말 없어요. 정말 이성교제란 말은 나와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장애여성 B씨는,
“집에서 너무 사랑을 받고 따뜻하게 자랐어요. 그런데 막상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대해 보니까, 집과 사회 속에서 내가 너무 고립되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극과 극의 경험이죠.
그 순간부터 내가 정말 장애인이구나! 내가 사람으로 특히 여자로 보이지 않는 것이구나! 자꾸 확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가족과 사회 사이의 괴리감이랄까요. 장애인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벽이 너무 커요. 두려워요.”

극단적인 경우의 장애여성 C씨는 매우 힘겨워 하며 마음을 열었는데,
“몇 번 만났던 남자로부터 청혼까지 받았었는데.... 성관계를 맺은 뒤부터는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었어요. 그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버림받은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하였고 오랫동안 괴로웠어요. 그는 내가 장애여성이어서 그렇게 날 버린 것 같아요. ...”

또한 장애여성 D씨는,
“결혼이요? 성적으로 관심을 같고 관계를 한다고 결혼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서로 자유롭고 싶잖아요. 막연하게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결혼해서 인간답게 남편이랑 시부모랑 자식들이랑 평범하게 구박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결혼은 복잡해요. 별 관심 없어요."

여러 장애여성들의 말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내가 너무 위축되는 것 같아. 생각하기 싫어요.”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에서 말려요. 자신이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 있었는데 그 사람 집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헤어졌어요.”
“정말 해보고 싶죠. 하지만 한 번도 못해봤어요.”

이성교제의 현실

구체적인 사례들은 장애여성의 이성교제에 대한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장애여성들에게 감지되는 이성교제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연결 고리 가 되어 가정에도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볼 수 있으며, 아울러 그런 가운데 더욱 자유롭지 못한 장애여성들의 낮은 자존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게 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성교제에 대한 질문으로 볼 때 장애여성들은 교제 여하에 관계없이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많은 고통과 함께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성 교제를 경험했을 때에도 자존감이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아예 이성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당하며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애여성은, 여성으로서 보다는 장애인이라는 것에 비중이 더욱 높게 맞추어져 있으며 그로 인한 억압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가정에서의 보살핌과 사회에서의 냉대, 가정에서의 냉대와 사회에서의 냉대, 홀로 서고 싶어 함과 가정에서의 무시 나아가 사회에서의 높은 장벽 등이 장애여성의 이성교제에 걸림돌이 되게 하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장애여성의 권리를 논함에 있어 성에 대한 권리가 아직도 낯선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에 우선순위를 따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최소한의 권리라 할 수 있는 교육권, 노동권을 거론하기에도 버거운 현실이지만, 건강권, 문화권, 성적인 권리 등이 고루 충족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여성 인권의 출발점이자 마침표는 그녀의 여성성이 충분히 존중받고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결혼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오래된 가부장제 남성의 성문화 속에서도 여성들은 스스로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활동하는 이들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장애여성의 자리는 결혼이 필수도 선택도 아닌 단지 장애여성이라는 드러난 조건으로 인하여 엄청난 힘겨움을 다시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한 인간의 삶의 주기에서 장애여성의 결혼은 필수와 선택 이전에 차마 넘볼 수 없는 길인 것처럼 차단되어 있기도 하다.

먼저 결혼을 한 경우를 살펴보겠다.
2002년「서울시 여성장애인 생활실태 및 욕구 조사」를 통해서 본 장애여성의 결혼생활을 보면 응답자의 79.4%가 결혼(동거포함)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44.7%가 결혼 당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배우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배우자가 장애인인 비율은 38.6%이며,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는 평균 4.8세로 나타난다. 배우자의 직업은 무직이 33.9%로 가장 많아 장애여성 가구가 저소득 계층이 많은 이유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장애여성은 특별하지 않는 한 직업이 무직인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찌감치 결혼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이 다음에 커서 부모와 함께 살자’는 말을 줄곧 듣고 자라게 되는 장애여성의 경우 아직까지도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의 하나로 결혼을 선택하게 되며, 이때 배우자의 생활능력은 간과되기 쉽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취급되어 독립적인 인격체로 교육받고 훈련받을 기회를 차단당한 장애여성들은 부모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해 다른 삶을 꿈꾸지만 생활고와 가정폭력이라는 현실에 무방비상태로 서있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가정을 원만하게 유지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는 반대로 남편과 자녀를 부양하며 힘든 삶을 그래도 억척스럽게 유지하는 또순이 장애여성들이 현실에서 또한 상당수 존재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장애여성이 결혼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교육, 취업 등 사회참여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장애여성이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비장애여성에 비해 지극히 적다. 어렵사리 배우자를 만났어도 결혼으로 이르는 과정에서 새로운 차별에 노출되곤 한다. 실제로 양가 부모로부터 결혼을 승낙 받는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거부당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장애여성이라는 이유 그 한가지만으로 결혼 반대의 사유가 너무나 분명한 것이 되어 버린다. 동시에 그 조건은 그 외의 조건들은 알고자 하지 않으며 알 이유가 없어지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저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는 벽을 실감해야 할 뿐이며, 그것은 결국 결혼에 이르지 못하게 하고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사례

“정말 둘이 좋아해서 몸도 주고 맘도 다 주었는데 남자 쪽 아버님이 장애인 며느리는 볼 수 없다며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당신이 차라리 죽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결혼하지 못했어요. 남자도 어쩔 수없이 떠나가더군요. ..... 잊어버릴 수 있느냐고요? 못 잊어요. 평생 어떻게 잊겠어요.”

또한 시가의 반대와 부딪히며 어렵게 결혼에 성공하지만 그 후 다가오는 시집식구들의 억압과 차별 속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다.

“그 몸에 애는 낳을 수 있는 거냐? 우리 아들 장남이다.” “어떻게 그런 몸을 해서 결혼할 생각을 다 했을꼬. 우리 집안이 어찌되려고.....” “우리 아들 인생 그만 망치고 이혼해라.”

이렇게 시댁의 반대에 부딪쳐 원하는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와 함께 결혼 후의 편견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친정식구들의 반대 또한 적지 않다. 결혼해서 아내 역할, 엄마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그것들을 잘해내지 못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내기도 하며, 나중에 배우자가 외도할 것이라는 둥 가정폭력에 시달릴 것이라는 둥 그러한 것들을 미리 예상하며 염려를 먼저 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성교제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별을 강요하는 가족들도 있다.

“나 같은 장애인은 좋아하지 않을 거래요. 다른 여자 볼 수도 있다고 엄마가 걱정을 하시더군요. 매 맞고 살 거라고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결혼은 무슨, 자신이 없어요.”

그러나,
“그렇게 반대하시고 못마땅해 하시더니, 첫 아이 낳으니까 그때서야 마지못해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어요. 아이는 미워하지 못하더라고요. 둘째도 낳고, 아이들이 커가니까. 예전처럼 절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또한, “주변의 반대요. 그런 것 상관하지 않았어요. 너무 반대에 부딪히며 살아온 것이 많아서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수많은 시선들 억지로라도 외면하기도 했어요. 보란 듯이 살아보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남들처럼 우리도 그냥 결혼해서 사는 평범한 가족이더라고요.”

결혼의 현실

사례를 통해서 보는 장애여성의 결혼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서울시 여성장애인 생활실태 및 욕구 조사」에 의하면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결혼 만족도를 살펴보면 현재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 73.5%가 결혼생활에 매우 또는 대체로 만족하다고 응답하였다고 조사되고 있다. 혈연가족과 살면서 느끼는 유대감과는 또 다른 결속력, 안정감 등이 결혼생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답은 없어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장애여성에게 결혼은 남들보다 몇 배 어렵고 험난한 생활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는 쪽이 낫다고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긴 힘들 것이다. 결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음을 부정하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결혼상대를 선택할 때 자신에게 장애가 있으므로 무조건 장애 없는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든가 반드시 장애 있는 배우자와 살아야만 행복하다는 공식에 연연한다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상대의 장애 여부보다는 인격적으로 성숙되었는지, 정서적으로는 안정되었는지 등이 훨씬 중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두 사람의 가치관이 잘 맞아야 하며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의지하거나 종속되는 관계보다는 각각이 독립적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배우자도 내 욕구를 100%, 아니 50%라도 대신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편 최근에는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외에 여러 가지 인연으로 구성된 가족 안에서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장애여성으로서는 반드시 결혼을 통해서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점은 지나치게 협소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은 본인이 결정한 결과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한 방향이어야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선택을 하였다면 그 길을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와 내공이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장애여성에게는 만만치 않은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인생은 도전이다. 그리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있다.